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 “의견을 형성할 때,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이 던지는 질문은 ‘이 정책이 나에게 무슨 이득이 되는가’이다. 하지만 정치 참여자들은 정체성을 내세워 반응한다. 정치 참여도가 높은 시민들이 던지는 질문은 ‘이 정책에 대한 지지는 나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이다.” 다시 말해 심리적 분류는 정체성 정치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핵심적인 심리적 전망과 결부시킬 정도로 충분히 정치에 신경을 쓴다면, 정치는 당신의 심리적 자기표현의 일부가 된다.
(…)
이는 좌파 진영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온 현상, 왜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왜 노동자 계층이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삭감하고 빈곤층을 보호하는 노조를 무너뜨리는 정당에 투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느냐는 것이다. 존스턴, 러빈, 페데리코가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정치에 더 많이 참여하고 투자함에 따라 만족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이익’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부가 정치적 행동에 있어서 유일하고 합리적인 동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실수다. 더 정치적이 될수록 자기표현과 집단 정체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다. 존스턴, 러빈, 페데리코는 “시민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의견을 형성할 때 물질적인 관심사가 목표가 아닌 경우가 많다”라고 썼다.
(…)
당연히 정치에는 실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세금을 두고 일어나는 싸움, 전쟁을 할지 말지 여부, 동성결혼 인정 여부, 보편적인 의료보험 법안을 통과시킬지 여부 등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많은 생각과 논의가 필요한 이해관계들이다. 이것들은 우리 뇌에서 더 최근에 진화한 부분에 존재한다. 우리가 느끼기 위해서 노력을 따로 해야 하는 이해관계다. 우리가 본능적·정서적으로 감지하도록 진화한 이해관계는 내가 속한 집단이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 외부 집단이 우리를 위협하는지 아니면 안전과 번영을 위해 우리가 힘을 모으고 있는지 같은 것이다.
🔖 누군가의 정체성을 활성화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협박하고,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위를 잃는 경험은(그들의 지위를 빼앗는 게 사회의 정의 실현이라는 말을 듣는 경험은) 그 자체로 급진적이다.